10월 15일 산재 노동자의 눈물 [오래 전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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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나 작성일20-10-15 00:09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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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는 ‘산재 노동자, 10명 중 3~4명만 원직 복귀’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실태에 대한 기사였습니다. 당시 기사 내용 중 일부를 아래에 옮겨보았습니다.

과로사한 택배노동자 김원종씨의 아버지가 지난 12일 서울 노원구 을지대학교 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눈물을 닦고 있다. 김씨는 지난 8일 배송 도중 호흡 곤란으로 쓰러져 숨졌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에서 “CJ대한통운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상훈 선임기자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 10명 중 3~4명만이 본래 다니던 직장으로 복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복귀 비율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처진 수준으로 산재 노동자에 대한 재활 정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민노당 홍희덕 의원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해 산업재해를 입은 우리나라 노동자 1만9030명 중 원직장에 복귀하거나 재취업 또는 창업한 ‘직업 복귀자’는 1만1704명(61.5%)으로 집계됐다. 이는 호주(92%), 뉴질랜드(88%), 독일(82%) 등과 비교했을 때 20%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다. 산재보험 재활사업을 통해 원직장으로 복귀한 비율은 35.4%로 외국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원직장 복귀율은 산재보험 재활사업의 실효성을 판단하는 핵심적 지표다.

위 기사의 핵심 내용은 산재를 당한 노동자가 원래 다니던 직장에 복귀하거나 다시 취업한 경우, 또는 창업한 경우 등 직업을 갖게 된 경우는 61.5%이며 원래 직장에 복귀한 비율은 35.4%라는 내용입니다. 원직 복직 비율은 3분의 1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으로 선진국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였습니다.

그렇다면 10년이 지난 2020년 현재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의 직업 복귀 비율과 원직장 복귀 비율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10년 전보다 수치가 높아지긴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여전히 많은 산재 피해 노동자들이 다시 직업을 얻거나 원직장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신창현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규직 노동자의 원직복귀율은 2018년 55.6%를 기록했습니다. 2010년에 비해서는 10% 넘게 오른 수치지만 여전히 절반 가까운 노동자들이 산재를 당한 후 원래 직장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같은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원직 복귀율은 더욱 낮아 22.9%에 불과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산재를 당한 후 10명 중 2명 정도만 원래 직장에 돌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원직복귀율 격차는 점점 더 크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4년 비정규직과 정규직 산재노동자의 원직복귀율은 각각 39.5%와 43.3%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2018년에는 격차가 32.7%까지 벌어진 것입니다. 재취업과 창업 등을 포함한 직장복귀율 역시 정규직은 2014년 62.7%에서 2018년에는 74.4%로 11.7% 높아졌지만 비정규직은 2014년 59.4%에서 2018년 51.7%로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의 고통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직장 내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한해 490명가량에 달하지만 산재 신청 비율은 채 20%도 되지 않았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직장 및 업무상의 문제’로 자살한 것으로 조사된 노동자는 487명이었지만 정신질병으로 인한 사망 노동자 산재 신청은 모두 95건(승인 76건)에 불과했습니다. 10명 중 8명은 여전히 산재 신청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직장 내 스트레스 등 정신질병으로 인한 산재 신청 비율이 낮은 것은 재해자가 입증 책임을 가진 현행 법규정 때문으로 보입니다.

또 택배노동자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노동자)는 10명 중 8명이 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상태입니다. 지난 8일 사망한 CJ 대한통운 택배노동자 김원종씨(48)도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자였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2017~2020년 7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률 현황’에 따르면, 2020년 현재 입직 특고노동자 53만2797명 중 42만4765명(79.7%)이 산재보험 적용을 제외해달라고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산재보험은 사업주와 노동자가 반반씩 보험료를 부담해 가입할 수 있지만 노동자 본인이 신청하면 가입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업주가 이를 악용해 노동자에게 적용제외 신청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원종씨도 생전에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씨는 지난 8일 오전 7시쯤 출근해 오후 3시쯤 분류작업을 마치고 배송에 나섰습니다. 그는 4시30분쯤 호흡곤란과 가슴통증을 호소했고, 자신의 택배차량 안에서 119구급대에 의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습니다. 병원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심정지가 발생한 그는 오후 7시30분쯤 숨을 거뒀습니다. 20년 경력의 택배기사인 그는 매일 이른 아침부터 밤 9~10시까지 하루 14~15시간 일했습니다. 코로나19와 추석연휴 등으로 인해 최근에는 하루에 배송하는 택배량이 최대 400개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산재보험이라는 제도가 존재하지만 여전히 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사회 안전망 밖에서 삶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노동자들이 다수 존재하는 것이 한국 사회의 현실입니다. 김씨처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에게 있어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이 가능하다는 것은 사실상 ‘너는 죽어도 돼. 너는 유족 보상 안 받아도 돼. 너는 치료받는 동안 손가락 빨아도 돼’라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김기범 기자 [email protected]


▶ 장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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