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오래 전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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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명달빛 작성일20-08-29 23:18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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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부모님 전상서>, <내 남자의 여자> 등에 출연한 배우 김희애씨는 ‘김수현 사단’의 대표 배우로 꼽히고 있다. 드마마 홈페이지 갈무리.
“전화국이 한가해지고 수도 계량기가 작동을 멈춘다.”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가 TV에서 방영되는 시간이면 이 같은 농담이 세간에 돌았습니다.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청춘의 덫>, <부모님 전상서>, <내 남자의 여자>, <엄마가 뿔났다> 등. 한국에서 김수현 작가 없이 드라마 역사를 논할 수는 없습니다.
30년 전에도 김수현 작가가 쓴 드라마의 인기는 뜨거웠습니다. 30년 전 오늘 경향신문은 ‘대중문학도 비평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평론가 강영희씨가 극작가 김수현씨의 문학(드라마 대본)을 분석한 논문이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는 소식을 전했는데요.
당시 보도를 보면 “죽은 시체도 벌떡 일어나 TV수상기 앞에 앉게 할 만큼 대중에게 막강한 파급력을 갖고 있지만 문단내에서는 비평대상에조차 끼이지 못했다”며 “비평가들이 김수현 문학을 삼류 또는 저질로 단순화시켜 언급을 회피하고 있지만 이들의 판단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이른바 순수문학은 엘리트 지식인 계층을 제외하고 거의 읽히지 않은 것과 비교해 볼 때 김수현의 대중적 인기는 특별나다”고 강조했는데요.
문학평론가 강영희씨는 계간 사상문예운동에 발표한 ‘김수현 문학과 대중의식의 변증법’이라는 논문에서 “대중문학이 대중에 환영받고 있는 까닭이 질 낮은 통속취미에 영합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는 것은 엘리트주의적 사고방식에 근거해 대중을 근거 없이 폄하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씨 작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 대해선 “결격사유를 지닌 여주인공이 짊어진 통념의 굴레가 흥미를 극대화하고 있다”며 “또 예리한 문체로 사람 사이에 흐르는 이기심과 허위의식을 폭로하는 정서적 충격을 던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1990년 8월29일 경향신문은 문화면을 통해 극작가 김수현씨의 문학(드라마 대본)을 분석한 논문이 발표된 소식을 보도했다.
‘통념’을 여성의 시각으로 변주하는 김수현 작가의 신드롬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이른바 ‘김수현(드라마) 사단’의 합류는 ‘스타 탄생’의 등용문이 됐고, 숱한 어록을 남기며 드라마 자체가 하나의 ‘현상’이 됐습니다.
가족이 보는 공중파에서는 다루기 힘들었던 미혼모·동성애·불륜·재혼·장애아동 등의 예민한 소재를 가족이라는 가장 보수적인 집단이 포용하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풀어나가면서 시대보다 ‘반발’ 앞서나간다는 찬사도 잇따랐습니다.
하지만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 이은 <그래, 그런거야>가 연달아 흥행에 실패하며 대중과도 멀어지게 됐습니다. 어느 덧 드라마에 등장하던 어른이 꼰대가 되어 반복하는 “라떼는 말이야~” 와 절대 깨어지지 않는 가족 신화가 더 이상 시대와 통화지 않게 됐다는 ‘혹평’이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가는 김수현 작가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며 귀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50여년간 드라마 쓰기를 할 동안 손쉬운 ‘막장 유혹’에 빠지지 않고, 꾸준한 실험을 이어갔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대와 함께 호흡하며 동시에 질문을 던져야 하는 드라마 작가의 작품이 더 이상 대중에 통하지 않게 됐을 때, 김수현 작가는 다음 작품을 통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김은성 기자 [email protected]
▶ 장도리
[경향신문]
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부모님 전상서>, <내 남자의 여자> 등에 출연한 배우 김희애씨는 ‘김수현 사단’의 대표 배우로 꼽히고 있다. 드마마 홈페이지 갈무리.
“전화국이 한가해지고 수도 계량기가 작동을 멈춘다.”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가 TV에서 방영되는 시간이면 이 같은 농담이 세간에 돌았습니다.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청춘의 덫>, <부모님 전상서>, <내 남자의 여자>, <엄마가 뿔났다> 등. 한국에서 김수현 작가 없이 드라마 역사를 논할 수는 없습니다.
30년 전에도 김수현 작가가 쓴 드라마의 인기는 뜨거웠습니다. 30년 전 오늘 경향신문은 ‘대중문학도 비평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평론가 강영희씨가 극작가 김수현씨의 문학(드라마 대본)을 분석한 논문이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는 소식을 전했는데요.
당시 보도를 보면 “죽은 시체도 벌떡 일어나 TV수상기 앞에 앉게 할 만큼 대중에게 막강한 파급력을 갖고 있지만 문단내에서는 비평대상에조차 끼이지 못했다”며 “비평가들이 김수현 문학을 삼류 또는 저질로 단순화시켜 언급을 회피하고 있지만 이들의 판단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이른바 순수문학은 엘리트 지식인 계층을 제외하고 거의 읽히지 않은 것과 비교해 볼 때 김수현의 대중적 인기는 특별나다”고 강조했는데요.
문학평론가 강영희씨는 계간 사상문예운동에 발표한 ‘김수현 문학과 대중의식의 변증법’이라는 논문에서 “대중문학이 대중에 환영받고 있는 까닭이 질 낮은 통속취미에 영합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는 것은 엘리트주의적 사고방식에 근거해 대중을 근거 없이 폄하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씨 작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 대해선 “결격사유를 지닌 여주인공이 짊어진 통념의 굴레가 흥미를 극대화하고 있다”며 “또 예리한 문체로 사람 사이에 흐르는 이기심과 허위의식을 폭로하는 정서적 충격을 던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1990년 8월29일 경향신문은 문화면을 통해 극작가 김수현씨의 문학(드라마 대본)을 분석한 논문이 발표된 소식을 보도했다.
‘통념’을 여성의 시각으로 변주하는 김수현 작가의 신드롬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이른바 ‘김수현(드라마) 사단’의 합류는 ‘스타 탄생’의 등용문이 됐고, 숱한 어록을 남기며 드라마 자체가 하나의 ‘현상’이 됐습니다.
가족이 보는 공중파에서는 다루기 힘들었던 미혼모·동성애·불륜·재혼·장애아동 등의 예민한 소재를 가족이라는 가장 보수적인 집단이 포용하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풀어나가면서 시대보다 ‘반발’ 앞서나간다는 찬사도 잇따랐습니다.
하지만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 이은 <그래, 그런거야>가 연달아 흥행에 실패하며 대중과도 멀어지게 됐습니다. 어느 덧 드라마에 등장하던 어른이 꼰대가 되어 반복하는 “라떼는 말이야~” 와 절대 깨어지지 않는 가족 신화가 더 이상 시대와 통화지 않게 됐다는 ‘혹평’이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가는 김수현 작가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며 귀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50여년간 드라마 쓰기를 할 동안 손쉬운 ‘막장 유혹’에 빠지지 않고, 꾸준한 실험을 이어갔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대와 함께 호흡하며 동시에 질문을 던져야 하는 드라마 작가의 작품이 더 이상 대중에 통하지 않게 됐을 때, 김수현 작가는 다음 작품을 통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김은성 기자 [email protected]
▶ 장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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