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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 목매지 않는 트럼프, 원유 수입국이 ‘비용’ 대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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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남나 작성일19-08-17 03:44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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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맥널리 미 에너지 전문가
미국 셰일혁명으로 3위 원유 수출국
더 이상 중동산 원유 절박하지 않아

이란 직접 공격할 가능성은 적어
OPEC-러시아 동맹 영향력도 약화

한국·일본 등 중동산 원유 수입국에
병력 파견, 평화유지비 요구할 수도
한국 구축함 호르무즈 파견 거론 왜
로버트 맥널리
“한국 구축함 파견은 도널드 트럼프 청구서 일부다.”

로버트 맥널리 미국 에너지분석회사인 래피디언 대표의 말이다. 나날이 긴장이 더해지고 있는 이란사태를 심층 분석하기 위해 중앙SUNDAY가 요청한 전화 인터뷰에서다. 맥널리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에서 미국 에너지정책을 지휘했다. 평소 그는 원유 가격을 전망할 때 여유생산능력을 중시했다. 개발돼 있지만 채굴하지 않고 대기 중인 유전이다.


Q : 요즘 석유수출국기구(OPEC) 여유생산능력이 하루 200만 배럴 정도다. 원유 값이 급등한 2005년 수준이다. 그런데 국제 원유가격은 상당히 안정적이다.
A : “원유 공급량이 너무 많다.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과 수출이 줄었지만, 미국과 브라질, 노르웨이 등의 원유 생산이 늘었다.”


Q :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과 러시아가 감산을 연장했는데도 공급 과잉인가.
A : “올 6월 OPEC과 러시아가 감산 연장에 합의했다. 지난해 말 양쪽이 6개월간 감산하기로 합의한 것을 연장했다. 하지만 감산 합의 이후에도 유가가 눈에 띄게 오르지 못했다. 또 다른 요인이 작용해서다.”

국제 유가, 중동지역 리스크에도 안정적

[연합뉴스]

Q : 그것이 무엇인가.
A : “무역전쟁 탓에 세계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산업생산 증가율이 낮아지고 있는데 에너지 소비가 늘겠는가. 경기 하강은 내년 이후 에너지 소비 전망도 흐리게 한다. 그 바람에 헤지펀드 등의 원유 매입도 줄어들고 있다.”


Q : 참 역설적이다. 미국-이란의 갈등으로 중동지역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데, 유가가 급등하지 않는다.
A : “역사적으로 봐도 아주 예외적이다. 미국 셰일혁명 때문이다. 미국의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이 급증하고 있다. 앞으로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맥널리의 말대로 요즘 미국은 하루 800만 배럴 정도를 채굴한다. 이 가운데 600만 배럴 정도를 수출하고 있다. 사우디와 러시아에 이어 3위 수출국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IEA)에 따르면 2023년 즈음이면 미국 원유 수출이 러시아를 제치고 2위에 오를 전망이다.


Q : 이쯤되면 OPEC-러시아 동맹도 한계에 이른 듯하다.
A : “OPEC이 1970~80년대 국제 원유시장을 통제했다. 2000년 이후엔 사우디를 정점으로 한 OPEC과 러시아가 동맹을 맺고 감산과 증산을 결정했다. 사실상 OPEC의 리더인 사우디와 비OPEC 대표 나라인 러시아가 원유 카르텔 지휘국이 된 셈이다. 하지만 미국이 셰일원유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고 수출까지하면서 두 나라의 영향력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


Q : ‘중동지역 불안=유가 상승’이란 등식도 깨진 듯하다.
A : “현재까지는 그렇다. 일부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셰일혁명을 중동정책에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가 이란과 핵합의를 깬 이면에 셰일원유가 있다는 얘기다.”


Q : 좀 더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A : “미국엔 더 이상 중동산 원유가 필요없다. 미국인을 위해 중동지역을 평온하게 유지할 절박감이 없어졌다는 얘기다. 미국은 필요하면 중동지역 불안을 감수하고 원하는 정책을 쓸 수 있게 됐다. 이런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email protected]

Q : 언제인가.
A : “1차 걸프전 때인 1990년대 초반 미국 알래스카에서 많은 원유가 생산됐다. 알래스카산 원유가 없었다면, 당시 미국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사전에 막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Q :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 미국의 의도였다는 말인가.
A : “음모론을 얘기하려는 게 아니다. 당시 미국은 갈등 조짐을 미리 진정시키려고 하지 않았다. 1차 걸프전 이전에는 미리 개입해 갈등이 전쟁 등 분쟁으로 번지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았다. 당시 미 정부는 알래스카산 원유 때문에 중동지역 평화유지에 덜 절박했다. 요즘도 트럼프 행정부 사람들이 중동에 덜 민감해 한다.”

뜻밖의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경제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 등 우방국가들이 이란산 원유를 사는 것조차 막기 시작했다. 게다가 한국과 일본 등에 호르무즈해협에 군함을 보내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Q :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무장 등 중동지역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듯 한데.
A : “사태가 악화하는 것을 관리하는 수준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미국이 중동산 원유를 거의 수입하지 않는다. 다만, 미국 유권자들이 민감한 휘발유 가격이 국제 원유가격에 따라 움직이다. 국제유가가 급등해 미 휘발유 가격이 뛰면 트럼프 재선이 어려워질 수 있다. 트럼프는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중동지역 위기를 관리하고 있을 뿐이다.”


Q : 트럼프가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은.
A : “여기 워싱턴에는 ‘트럼프가 군사적으로 이란을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트럼프가 셰일 때문에 미국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떨어진 중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비를 쓰고 싶어하지 않을 것인 얘기다.”

트럼프는 수익자 부담 원칙 주장


Q : 이스라엘의 한 전문가는 트럼프가 중동에서 군대를 감축할 수도 있다고 말하던데.
A : “그건 너무 나간 예측이다. 여기 워싱턴 사람들의 입에 신냉전이란 말이 자주 오르내린다.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의 도전을 뿌리쳐야 한다. 중동에서 쉽게 군대를 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Q : 그러면 트럼프가 이란의 서방 유조선 억류 등에 어떻게 대응할 것 같은가.
A : “트럼프는 비즈니스맨이다. 그는 중동 원유를 많이 사가는 나라들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익자 부담 원칙을 믿는 사람이다.”


Q : 그 수익자는 어디인가.
A : “바로 일본, 중국 그리고 한국이다. 트럼프가 한국에 구축함 파견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구축함 파견은 트럼프가 먼저 한국과 일본에 보낸 청구서 가운데 일부다.”


Q : 또 다른 요구가 있다는 말인가.
A : “트럼프 의중을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구축함 파견 말고도 현금을 청구할 수도 있다. 중동 상황이 더 나빠지면 지상군 파병요구도 예상 가능할 수 있다.”

이스라엘, 미·중 무역협상에 촉각 곤두세우는 까닭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과 대만 등과는 달리 이스라엘은 다른 이유 때문에 미·중 무역협상 결과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이스라엘 싱크탱크 모세다얀센터의 선임 연구원 폴 리블린 박사는 중앙SUNDAY와 전화통화에서 “미·중 무역협상의 핵심 의제 가운데 하나가 이란산 원유”라고 귀띔했다. 중국이 이란산 원유를 대량으로 사들이는 데, 리블린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이란 경제제재에 중국이 참여할지 여부뿐 아니라 중동의 질서유지에 중국의 역할 등이 무역협상에서 직·간접적으로 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지역에서 중국의 역할 확대 가능성도 셰일혁명의 파장이다. 리블린은 “트럼프가 ‘왜 우리와 상관 없는 중동의 평화를 위해 돈을 써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갖고 있다”며 “중동평화 비용을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중국에 맡기려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중동산 원유에 크게 의존하지 않게 된 탓이다. 리블린은 “중국이 중동지역 평화를 유지하는데 많은 돈을 대면, 지역 내에서 영향력도 확대하려고 할 것이라는 게 이스라엘 리더와 전문가들의 예측”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등장은 중동지역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변수다. 사실 이스라엘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등 아랍 국가들을 거의 걱정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의 무장세력도 걱정거리가 아니다. 아랍 세력이 사분오열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란은 걱정거리다. 핵 무장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내 분쟁에 간여하고 있어서다. 특히 중국과 이란은 역사적으로 오랜 관계를 맺고 있다. 리블린은 “중국이 이란과 손잡고 중동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 이스라엘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규 기자 [email protected]

로버트 맥널리 존스홉킨스대학에서 국제정치경제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조지 W 부시 집권시기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의 에너지정책 특별보좌관이었고, 국가안보회의(NSC)에선 국제에너지 정책실장을 지냈다. 2016년엔 『원유 변동성: 유가 급등락의 역사와 미래』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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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의 ‘미래 Big Questions’] <2> 삶과 죽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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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머지않아 여자가 될 소녀. 그녀의 얼굴만큼이나 가느다란 어깨에 걸친 고급 드레스. 15세기 부유층 여성들이 즐겨 썼다던 프랑스 스타일 튜브 모자는 뒤로 바짝 묶은 머리와 잘 어울린다. 고개를 돌려 살짝 올라간 왼쪽 눈으로 흘겨보며 그녀는 말하는 듯하다. 당신은 누구이기에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느냐고. 이름도, 성도 모르는 당신은 왜 그런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있느냐고. 그리던 그녀는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할 수도 있겠다. “지금 나를 바라보는 그를 바라보는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완성된 시점도, 그림 속 인물도 정확하지 않아, 단지 ‘어린 아가씨의 초상화’라는 이름으로만 알려진 페트루스 크리스투스(Petrus Christus)의 명작. 네덜란드 미술사의 대표 그림 중 하나인 이 작품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죽으면 어디로 갈까? 물으며 새 현실 발견

서양 미술 역사상 처음으로 그림에 그려진 자가 그림을 바라보는 이를 직접 바라보고 말을 걸기에, 그려진 현실과 그림을 바라보는 현실과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듯하다. 그림이란 무엇인가? 눈, 코, 귀로 지각하고 인식할 수 있는 경험의 세상은 이성의 세상, 그러니까 완벽한 ‘이데아’ 현실의 불완전한 그림자라고 주장했던 철학자 플라톤. 그림과 조각에 대한 그의 증오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복제품인 경험의 세상을 또다시 복제해 보여주는 그림은 진실을 거부하는 나약한 인간의 천박함을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증명하고 있으니 말이다.

인간은 언제부터 현실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걸까? 해와 구름과 달에 ‘현실’이라는 단어는 무의미했다. 포르투갈 시인 페루난두 페소아의 시에서처럼 달과 구름과 해의 의미는 단지 해와 구름과 달이라는 사실 그 자체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생명의 등장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물리학자 슈뢰딩어는 『생명이란 무엇인가』에서 생명의 핵심을 정보 저장과 복제를 통해 무질서와 무의미로 향하는 우주에서 잠시의 질서와 의미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생명은 무의미로 가득한 바다에 잠시 떠 있는 하얀 물거품이라는 말이다. 물론 정보 전달과 정보 복제만을 목표로 삼던 생명체는 시작에 불과했다. 스스로 움직일 수도, 과거를 기억할 수도 없는 단세포와 꽃과 나무에 현실이란 언제나 변치 않는 특정 장소에 주어진 시간의 흐름 그 자체일 뿐이었으니 말이다.

딥러닝 방식으로 인식한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뇌와 운동신경의 발견은 생명체에게 드디어 공간과 시간을 정복하도록 해주었다. 변하는 현실에 단순히 수동적으로 노출된 존재가 아닌, 이제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고 원하지 않는 장소를 피할 수 있는 능력.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긴다. “원하는 곳”과 “원하지 않는 곳”의 차이는 무엇일까? 갑자기 선택의 자유를 얻은 생명체는 고민에 빠진다. 언제, 어디로 움직이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일까? 답은 물론 하나뿐이다. 현재는 언제나 과거의 미래이기에, 지금 이 순간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냈던 과거를 다시 찾아 나서야 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야 말로 초기 생명체들의 유일한 목표였다.

인간의 뇌는 단순히 인식된 현재와 기억된 과거와의 비교를 넘어 미래에 일어날 일들 역시 예측한다고 알려져 있다. 매우 현명한 전략이겠다. 미래를 예측하는 순간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미리 준비하고 대응해놓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본질적인 문제가 하나 등장한다. 현재는 절대적이고 기억한 과거 역시 단 하나다. 완벽하거나 정확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무리 불완전하고 왜곡되었더라도, 더는 변할 수 없는 현재와 과거라는 현실은 언제나 단 하나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미래는 다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는 무한의 가능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무한의 미래를 예측하는 순간 인간에게 현실은 이제 더는 단순하게 주어진 단 하나가 아닌, 언제든지 무한으로 확장되고 변할 수 있는 다양성을 가지게 된다. 수천만 년 지구 생명체 역사 동안 언제나 단 하나였던 현실이 무한의 현실들로 쪼개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인류는 어떤 현실들을 가장 먼저 상상하기 시작했을까? 삶과 죽음이지 않을까 싶다. 태어나서 웃고, 울고, 사랑하고, 좌절하고, 배고프고, 배부르게 먹고. 현실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 있었고, 모두가 함께 같은 현실에 존재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어제저녁 우리와 함께 방금 불에 구운 맛있는 고기를 먹고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부모님. 입에선 더는 바람이 나오지 않고, 음식도 먹지 않는다. 팔을 들어도 움직이지 않고,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다. 어제 모습과 다르지 않지만, 아니, 무언가가 확실히 달라졌다. 여전히 먹고 자고 사랑하는 우리와 더는 사랑하지도, 자지도, 먹지도 않는 그들과의 차이. 바로 삶과 죽음의 차이를 인식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죽음의 발견은 어쩌면 인류 첫 최고의 ‘발명품’이었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현실의 존재를 발견했으니 말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도, 아무도 설명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현실. 살아있었을 때와 다른 “그 무엇”은 이제 어디에 있는 것일까? 어제까지 나의 어머니고 아버지였던 그들의 몸은 이제 무엇일까? 시간이 지나며 악취가 나기 시작하고 점점 알아보기 힘든 모습으로 변해가는 부모님들의 몸. 들개와 하이에나가 먹게 두어도 되는 걸까?

석고를 바른 예리코 해골. [대영박물관]
호모 사피엔스 이전 네안데르탈인들 역시 죽은 이의 몸을 땅에 묻고 장례의식을 치렀다고 한다. 더는 함께 사냥도 하지 못하고 공동체에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는 그들을 왜 어렵게 판 깊은 땅에 묻었던 걸까? 죽음이라는 또 하나의 현실을 발견한 순간 갑자기 두려워지기 시작했을 수도 있다. 만약 죽은 자들이 다시 돌아온다면? 그들의 몸을 방치한 우리를 꾸짖지 않을까? 신석기 시대 정착하고 집을 짓기 시작한 인류는 죽은 가족들을 집 밑바닥에 묻기 시작한다. 인류의 첫 집들은 죽은 자의 무덤을 지키는 산 자들의 공간이었다. 중동 예리코 지역에서 발견된 1만 년 전 해골들은 죽음이라는 새로운 현실을 이해하려는 인류의 노력을 잘 보여준다. 왜 죽은 자의 해골에 석고를 바르고 조개껍데기로 눈을 만들어 주었던 걸까? 스스로 죽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산 모습을 그려주었던 것이 아닐까?

산 모습처럼 보이려 해골에 석고 바르기도

죽은 자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모든 존재는 언젠가 죽는 것인가? 그렇다면 나도 죽을까? 내가 죽으면 ‘나’라는 존재는 어디로 가는 걸까? 삶과 죽음을 구별하는, “영혼”이라고 부르기로 합의한, 그 특별한 무언가는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죽음이라는 또 하나 현실의 발견은 인류 문명 발전에 가장 결정적 역할을 했는지도 모른다. 종교, 예술, 철학, 기술, 과학 … 죽음의 발견은 수많은 새로운 현실의 발견을 가능하게 했으니 말이다. 새로운 현실의 발견은 언제나 문명의 발전을 가능하게 했고, 문명과 기술이 발전하며 인류는 더 많은 현실을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현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날로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바라보며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기계가 보고 느끼는 현실을 분석하며 섬뜩함을 느끼기도 한다. 기계가 인식하고 상상한 현실은 우리의 세상과는 놀랄 정도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약한 인공지능 수준을 넘어 강한 인공지능으로 진화한 미래 인공지능은 먼 미래 인류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이후 이런 질문을 할 수도 있겠다. “그토록 기계를 저주하고 무시하는 말을 뱉어내던 호모 사피엔스의 입에선 더는 바람이 나오지 않는다. 팔을 들어도 움직이지 않고, 점점 악취가 나며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는 호모 사피엔스들의 영혼은 과연 지금 어디에 가 있는 걸까?”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자 [email protected]
독일 막스-플랑크 뇌과학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땄다. 미국 MIT와 일본 이화학연구소에서 각각 박사후 과정과 연구원을 거쳤다. 미국 미네소타대 조교수, 보스턴대 부교수를 지냈다. 2013~2015년 중앙SUNDAY에 ‘김대식의 Big Questions’를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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