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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사회의 '인싸'일까? 최근 들어 '인싸(인사이더(insider)의 줄임말로 무리에 잘 섞여 노는 사람)' 혹은 '아싸(아웃사이더(Outsider)의 줄임말로 무리와 어울리지 못하고 밖에서 겉도는 사람)'란 말이 유행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가진 스탠더드에 대해 여러 가지 의문을 품게 한다.

인싸와 아싸의 경계는 매우 모호하다. 어디서부터 인싸이고, 어디서부터 아싸인지 명확한 선을 긋기 어렵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저 사람 정도면 인싸'라는 공통된 인식 기준은 있는 듯하다.

이런 구분은 대체 어쩌다 생겨나게 된 걸까. 한때 우리는 '저 사람은 엄친아' '저 사람은 루저' 같은 표현을 쓰기도 했다. 엄친아란 말과 루저란 말을 인싸와 아싸란 말이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이제 누군가와 경쟁해 서로 우위를 겨루기보다 소속감 자체가 중요해진 시대, 그만큼 '성취'보다는 '박탈감'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 시대라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엄친아란 말은 경쟁에서 이미 이기고 있는 사람을 말하고, 루저는 경쟁에서 도태된 사람을 말하지만, 인싸와 아싸 구분에는 승패 개념보다 더 원초적인 '소속감'에 대한 불안감이 내포돼 있다.

일단 경쟁에서 뛰고 있다는 얘기는 인싸라는 이야기다. 아싸는 그가 경쟁에서 이기고 지고를 떠나 참여했다는 것조차 인지되지 않을 만큼 미미한 존재감을 가졌다. 그에겐 우열을 가리기에 앞서, 일단 집단 일원임을 확인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아싸들이 사회에 많아질 때 이들의 파워는 대단해진다. 한때 미국 언더그라운드 컬처, 즉 아싸들의 문화였던 힙합이 어떻게 성장했던가. 아싸의 세계가 공고한 결집력을 가지고 있고 적어도 그 안에서는 '핵인싸'로 인정받을 때, 그에게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주어지기도 한다.

오늘날 패션의 주도권은 공공연하게 '스트리트 패션'이 쥐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스트리트 패션 주인공은 디자인스쿨을 졸업한 정통 디자이너들이라기보다는, 스트리트 컬처가 아싸였던 시절부터 그곳에서 패권을 다져온 유서 깊은 리더들이다. 루이비통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화제가 된 '슈프림(Supreme)'은 미국 스케이트보더들의 성지였고, 일본 스트리트 패션의 절대자로 불리는 '후지와라 히로시'는 일본에 힙합을 처음 소개한 DJ 중 하나였다.

그들은 보더였고 뮤지션이었지만 지금은 패션제국의 황제들이다. 아울러 누군가 스트리트 패션에 입문할 때, 이 인싸들과의 네트워크가 있다면 그들 또한 정통성을 인정받는 인싸 부류로서의 프리미엄, 그저 그런 척하거나 흉내내기 중인 가짜가 아니라 스트리트계의 '진짜'라는 프리미엄을 얻게 되는 셈이다. 쉽게 말해 아싸일 거라면 '진짜' 아싸여야 인정받는다는 얘기다.

인싸로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타인의 시선은 너무도 중요한 잣대가 된다. 이들은 '보기 좋은' 대학을 나와 '보기 좋은' 직장에 다니길 원한다. 그리고 '보기 좋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고, 자식들 또한 '보기 좋게' 성장해 가길 희망한다. 미칠 것 같은 열정으로 몇 날 며칠씩 밤을 새워 무언가를 이루어본 경험, 열병 같은 사랑에 빠져 누군가에게 매달렸던 경험 같은 것은 현명하지 못한,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이라 스스로에게 각인시켜왔다.

하지만 우리는 감정의 동물이다. 보기 좋게 살기 위해, 인싸로 남기 위해 포기했던 것들에 대한 연민이 없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렇기에 누군가 역경을 딛고 성공을 이루는 일화나, 어려운 사랑을 이루며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매혹적인 드라마가 된다.

지난해 가장 성공적인 마케팅으로 꼽혔던 나이키의 'Dream Crazy' 캠페인에는 잊을 수 없는 구절 하나가 등장한다. '사람들이 당신에게 미쳤냐고 물어보면, 그 질문은 잘못됐다. 지금 물어야 할 건 당신이 미쳤는가가 아니라, '충분히 미쳤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가 인싸가 되고 싶은 이유는 불안감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이다. 그러나 인싸인지 아닌지를 늘 불안해하며 살아야 한다면, 이건 불쌍한 아이러니다. 인싸로 살기 위해 조심하다가 정년을 맞은 어느 날 하루아침에 아싸가 된 자신을 발견한다는 건 끔찍한 일이지 않은가. 위험하게 경계선을 타는 법을 배우기보다는 '충분히 미치는' 법을 배워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김소희 '김소희트렌드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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