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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외로움 없는 삼십대 모임'을 읽고[김민정 기자]
불편했다면 불편한 대로 성공일 것이고, 낯설다면 낯선대로 성공인 것이 아닐까, 책 <토요일 외로움 없는 삼십대 모임>을 읽으며 생각했다.
혐오세력에게 툭하면 원치 않게 호명되는 성소수자, 게이, (예)비감염인 등의 정체성들이 들어있는 이 책을 다 읽기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다른 책들과 병행하며 읽다 집중이 되지 않을 때가 있기도 했고, 일명 '섯버체'라고 하는 글투도 익숙치 않았다. 나는 저자 유성원을 그전에 몰랐고, 이 책을 통해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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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 외로움 없는 삼십대 모임' 겉표지. |
ⓒ 난다 |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된 배경엔 그와 상관없는 몇 가지 이유들이 있다. 일단 팔로우하고 있는 난다 출판사에 올라온 신간 표지가 '오!' 하고 눈에 들어온 책이어서 기억하고 있었다.
이 책의 추천사(책을 읽으면서 보니 정확하게는 해설이었다)를 쓴 나영정 활동가의 글을 보아서였고, 홍승은 작가가 진행한 글쓰기 강연에서 언급한 책이기도 했다. 애정에 애정이 더해진 상황들 속에서 이 책을 안 읽을 수 있나? 싶었고 나는 이 책을 여러날 밤 읽어 갔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우울하다고 할 기운이 글에 담겨 있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계속 해서 살아있다. 살아남았다. 그럴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절실함에 대해 생각했다. 이 책에서 수없이 나오는 자살이나 죽음, 밑으로 떨어진 프라이드 없음과 같은 모습은 그라는 개인에게만 이유를 몰고 갈 수 없는 복합적 감정과 맥락, 과정이 존재한다.
노력하면 할 수 있어, 너는 행복할 수 있어, 하며 끊임없이 사회는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정상성' 범주 안에서 최선을 다할 이들에게만 보여주는 이중적 단면이다. 누구든 상관없이 삶에 있어 필요한 것들이 안전하게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는데 사회는 무심하다.
모두의 삶에는 관계와 자원, 안정, 안전, 사랑이 필요하고 모든 과정에서 무시되지도 차별하지도 않아야 한다. 특정한 모양으로만 존재하도록 규정되어온 오랜 시간 속에서 이 책은 그것에서 비켜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함을 드러낸다. 이 책은 수치심을 강제로 떠안게 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어있다. 말할 자격, 환영받지 못한 주체들의 말하기이다.
저자는 HIV/AIDS운동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활동가이기도 하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그가 책의 말미에 이야기 한 늙어감에 따라 누군가가 성적 대상이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등이 신체, 나이, 경제적 상황, 가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어느 순간 나를 포함한 모든 인간의 문제로 바라보게 되었다.
물론 앞서의 이유들도 모든 인간의 문제이지만 뭐랄까. 나이듦이나 가난과 불안 속에서도 멈추지 않을 삶을 어떻게 안전하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나의 문제와도 관통하게 된 것이다. 어디서든 건강만을 이야기 하는 사회에서 건강하지 않고도 잘 살아갈 수 있는 권리는 이렇게 우리 모두에게 자신의 문제로 존재하는 것이다.
"'적절하고 상냥하게' 대하고 부당한 일에 함께 싸우면서 책임을 나눠가지는 것"(나영정)이 내 삶에서, 내가 멈추지 않고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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