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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이베이·월트디즈니코리아 등 유명 외국계 대기업 국내 법인들이 실적을 공개하지 않으려고 꼼수를 부리고 있다. 그 수법이 이름값에 걸맞지 않게 치졸하다. 정부가 2017년 외부감사법을 개정해 올해부터 유한회사까지 감사보고서를 공시토록 하자 기존 유한회사를 유한책임회사 형태로 변경해 실적 공개를 회피한 것이다. 유한책임회사는 유한회사와 마찬가지로 자본을 댄 출자자가 출자금액 내에서 경영 결과에 책임을 진다. 다만 외부감사인을 의무적으로 선임하지 않아도 되고 감사보고서를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다르다. 기업 활동 자유를 키워줘 벤처 창업을 활성화하고 빠른 혁신을 도모할 수 있도록 2012년에 도입한 제도다.

외국계 기업들은 그 틈을 노려 제도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월트디즈니코리아는 2016년, 아디다스코리아는 2017년,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말에 각각 유한책임회사로 등기를 변경해 실적 공시를 피했다. 그 대열에는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러 나선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코리아도 포함됐다. 그동안에도 적잖은 외국계 기업이 매출·영업이익 등 일부를 빼곤 '영업비밀'이라며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국내에서 큰돈을 벌면서도 사회 공헌은 너무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쌓아둔 이익을 한꺼번에 유출시키거나 원가를 부풀려도 알 길이 없었다. 외국 본사에 비해 폭리를 취하면서 이익을 숨겨 탈세했을 가능성도 의심받고 있다. 금융·세무당국에서는 이참에 유한책임회사 제도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소비자들의 외국계 기업에 대한 반감이 커져 불매운동으로 번질 수도 있다. 규제가 강화되면 일부 꼼수 기업 때문에 그렇지 않은 다른 기업들까지 혁신과 성장에 발목을 잡히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러기 전에 해당 기업들은 스스로 비밀주의를 벗고 소비자 신뢰를 얻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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